컴퓨터 게임은 어린이들의 뇌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연구 결과에 근거한 균형 있는 시각의 필요성)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모든 미디어 이용 시간(screen time)의 내용, 질, 방법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죠. 이와 관련하여, “다섯 살짜리 우리 아이가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은 위험한 건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이 문제를 바라보는 뇌 연구 기반의 연구와 문화연구 기반의 연구를 균형 있게 소개하고 있는 호주 ABC 방송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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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을 하는 뇌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지금까지 밝힌 것은 미국의 만9-10세 어린이들 대상의 연구에서 하루 7시간 이상(!!!)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스크린을 과다 이용하는 아이들의 대뇌 피질[대부분의 정보 처리가 이루어지는 가장 바깥 층위]이 같은 연령 어린이들의 대뇌 피질에 비해 다소 미성숙하게 얇은 경우가 뇌 영상 촬영으로 관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워버튼 박사의 연구입니다. 하루 2시간 이상 이용하는 경우는 이런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죠. 그런데 이 연구 결과가 장기적으로 뇌 발달에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더 지켜봐야 하므로 결론을 내릴 단계가 아니라는 점도 워버튼 박사가 직접 말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자로서 게임 연구의 석학이기도 한 마이클 데주아니 교수의 인터뷰에서는 여러 가지 상이한 스크린 이용의 목적과 방법을 구분하지 않는 이런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미디어 이용은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미디어가 다양한 결과로 나타납니다. 연구들이 밝혀낸 것도 있지만,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연구 결과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한 연구 결과가 언론에서 다소 과장되게 보도되고 있죠. 언론에서는 미디어 이용의 종류, 목적, 맥락을 구분하지 않고, 어쨌든(!) 미디어 이용 시간이 길면 주의력, 정보 처리 능력 등의 측면에서 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도합니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고, 자녀의 미디어 이용 시간은 여러 가정에서 부모-자녀 간 갈등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최신 연구 결과를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고, 이에 대해 차분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최근 초등4-6학년 어린이들의 미디어 이용 실태 조사(배상률 외, 2020)에서는 과이용자의 하루 미디어 이용 시간을 4시간 이상으로 잡고 있습니다. 7시간 아니고 4시간입니다.

많은 연구들은 이른바 ‘중독’ 수준으로 보이는 미디어 이용의 원인은 미디어 자체가 아니라 다른 데 있다고 말합니다.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들은 정신 건강의 측면에서 제대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표면에서 보이는 미디어 과의존이 진짜 원인은 아닐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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