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영어 교육과정 3~6학년의 성취기준입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을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수준이 참 높지 않나요?


참고로,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이렇게 진술하려고 하면 학습 수준이 너무 높아지니 더 쉽게 쓰라고 합니다. 그런데, 보세요. 3학년 수준도 꽤 높지 않나요?
호주의 영어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은 이렇게 ‘수용 양식(듣기, 읽기, 보기)’과 ‘생산 양식(말하기, 쓰기, 만들기)’으로 나누어 각 학년을 마칠 때마다 어떤 능력에 도달해야 하는지를 이렇게 통합적으로 간략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성취기준과 학습내용은 다릅니다!
호주의 경우 성취기준은 통합적으로 비교적 간략하게 제시되어 있지만, 학습 내용은 그 분량이 4배 정도에 달하며, 세부 내용에 따라 아주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아래에 캡쳐해서 제시한 것을 보시면 됩니다. 위의 두 페이지는 3~6학년의 성취기준, 뒤의 열 페이지는 학습내용입니다.
성취기준은 ‘수용 양식’과 ‘생산 양식’으로 구분해 간략하게 통합하여 진술하고 있지만, 학습내용은 매우 세세합니다.
학습 내용의 범주에는
– ‘언어 변이 및 변화'(문법에 해당)
–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언어'(듣기, 말하기에 해당)
– ‘평가적 언어'(비판적 리터러시에 해당-우리나라에는 이것이 별도로 없음)
– ‘다양한 유형의 텍스트 목적, 수용자, 구조'(텍스트 구조에 대한 비판적 리터러시에 해당-우리나라에는 이것이 별도로 없음)
– ‘텍스트 응집성'(리터러시에 해당-문법 및 읽기, 쓰기 관련)
– 구두점(문법에 해당)
– 인쇄 및 화면의 개념(미디어 리터러시에 해당)
– 문장과 절 수준의 문법, 단어 수준의 문법
– 시각적 언어(미디어 리터러시에 해당)
– 어휘
– 음성 인식과 음소 인식
– 알파벳 및 음성 지식
– 맞춤법
– 텍스트가 생성된 문화와 상황의 맥락을 그 텍스트가 어떻게 반영하는가(비판적 리터러시에 해당)
– 텍스트의 아이디어, 인물, 관점에 대한 개인의 반응
– 선호하는 텍스트에 대한 표현과 텍스트 평가(비판적 리터러시에 해당)
-문학 텍스트의 특징, 비유를 포함한 문학 텍스트의 언어적 장치들
– 문학 텍스트 창작
– 실험과 개작
– 텍스트의 사용 맥락(비판적 리터러시에 해당)
– 듣기 말하기의 상호작용 1(목적과 맥락)
– 듣기 말하기의 상호작용 2(기능)
– 구두 발표
– 목적과 수용자(비판적 리터러시)
– 읽기 과정
– 독해 전략
– 텍스트 분석과 평가(비판적 리터러시)
– 텍스트 만들기(미디어 리터러시)
– 편집
– 손글씨
– 소프트웨어 사용(디지털 리터러시)
이렇게나 많은 학습내용 범주에 따라 세세한 내용이 제시됩니다
.










물론 호주 교육과정이 최선은 아니겠죠.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는 ‘학습 내용’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교과 교육학자들은 학습 내용을 세세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을 ‘교과 이기주의’로 몰아붙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어떤 내용을 넣고 어떤 내용을 뺄지, 어떤 내용을 더 자세히 다루고 어떤 내용은 더 간략히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과정 문서를 만드는 가이드라인에서는 ‘내용 체계’에서 간략하게 내용 요소만 제시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성취 기준’의 숫자도 더 줄여서 제시하게 합니다. 그것을 ‘학습량 적정화’라고 부릅니다. 학습 내용은 구체적인 문장으로 제시하지 않으면서 (거의 단어 수준으로 제시합니다.) 어떤 기준에 도달해야 하는지는 문장으로 제시하되 간략하게 제시하게 합니다.
그러니 ‘성취기준’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학습 활동과 비슷한 진술들이 제시됩니다. 그렇게 간략하게 제시된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는 너무나 간략하게 제시되는 것이 현재의 교육과정 문서 체제입니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더 쉽게 더 잘 이해하면서 배우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연구가 있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단어 수준에서 나열된 학습 내용과 짧은 문장으로 제시된 성취기준 사이의 간극을 학생과 교사는 어떻게 메워야 할까요? (아, 교과서 분량도 제한됩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어떻게 메우게 될까요?
아무리 전문가들이 학습 내용을 자세하게 진술해야 한다고 말해도 성취기준을 간략하게 진술하라는 가이드라인만 돌아옵니다. 학교에서도 공부할 내용을 너무 자세하게 진술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명시적 교육과정’은 줄어들겠지만, ‘암묵적 교육과정’이 늘어나게 됩니다. 더 쉽게 말씀드리면, ‘눈치껏 알아서 학생 스스로 (혹은 가정에서) 채워야 하는 학습’의 양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나라_국어과_교육과정을_쉽게_만들라고_하면서_문해력_수준_타령을_합니다.
#OECD에서도_한국_학생들의_디지털_문해력_수준이_낮은_이유는_학교에서_배울_기회가_없어서라고_분명히_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