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versation 기고(2026. 1. 9.)] “‘6-7’ 밈 열풍은 아이들만의 세계를 잠시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The 6-7 craze offered a brief window into the hidden world of children)”

2025년 영어권 국가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6-7’ 밈에 대해 The Conversation에 어린이 미디어 문화와 디지털 아동기에 대해 연구하는 동료 학자인 Rebekah Willett 교수, Amanda Levido교수와 함께 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두 분은 저도 PI(협력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호주의 ARC Centre of Excellence for the Digital Child의 협력연구원으로, 여러 가지 학술 연구와 세미나, 교육 활동을 함께 해 온 동료들입니다. 이 글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6–7’ 열풍과 그것이 어린이들의 문화적 세계에 대해 무엇을 보여주는지를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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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6–7(식스–세븐)’ 밈이 아이들 사이에서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미국이나 영국에서처럼 대중적으로 가시화되거나 논란을 일으키지는 않았습니다. 국내 언론 보도에서 이 밈은 간혹 해외에서 유행하는 특이한 현상 정도로 언급되었습니다. 비교하자면 이 밈은 한국어의 “어쩔티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다소 낯설지만 무해한 글로벌 청소년 문화의 한 사례로 소개되곤 했습니다. “어쩔티비”는 “저쩔티비”로 소리가 변형되기도 하고, “TV” 대신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바뀌기도 하는 등 주로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다양하게 변형되어 사용되었는데, 신혜선 배우가 SNL 코리아에서 이를 훌륭하게 연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6-7’ 밈에 대해 한국에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한국에서도 유튜브 영상이나 나무위키와 같은 집단지성 기반 플랫폼을 통해서야 ‘6–7’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왜 아이들이 이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설명들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10월경부터는 한국의 초등학교 고학년 교실에서도 어린이들이 느닷없이 “Six, Seven”을 외치며 팔을 움직이는 제스처를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만난 한 초등학교 교사는 6학년 교실에서 특히 11~12세 남학생들 사이에서 이 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단체로 “식스–세븐”을 외치기 시작했고, 간단한 손동작을 곁들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어떤 뜻이냐고 의미를 물었을 때 아이들의 설명은 통일되어 있지 않았고 단편적이었고 제각각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농구선수의 키와 관련이 있다고 했고, 어떤 아이는 한 남성이 “식스–세븐”이라고 말하며 제스처를 취하는 유튜브 영상을 언급하기도 했고, 또 많은 아이들은 “사실 무슨 뜻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화들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핵심은 분명했습니다. 아이들은 이 밈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재미있다고 말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유튜브나 틱톡에서 유행하고 있어서 따라 했을 뿐이라고 했고, 또 다른 아이들은 이것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검색해 보았지만 명확한 설명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중에는 이 밈에 혹시 부정적이거나 부적절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지 추측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아이들의 반응은 밈의 내용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당혹감과 혼란을 보면서 생각한 것같아 보였습니다.

초등 교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의미를 몰라서 느끼는 교사들의 답답함과 함께, 그 의미를 해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떤 교사들은 “미국에서 유행하는 그냥 밈이다”, “미국 중학생들이 집착하던 것이 한국으로 넘어온 것 같다”고 설명하며 서로를 안심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여러 교사들은 아이들이 그냥 생각날 때마다 외치는 말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이 밈에 대한 과도한 과잉 반응이 아니라, 아이들이 무엇을 재미로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행동이 일상적인 교실 생활 속에서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태도였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찰은 어른들이 어린 시절 즐겼던 한국의 놀이 문화와도 강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디지털미디어교육 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미디어교육 전문강사는 ‘6–7’ 밈을 약 20여 년 전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황마!’ 놀이에 비유했습니다. 이것은 당시 아이들이 황금색 대우 마티즈를 발견하면 “황마!”라고 외치며 옆에 있는 친구를 치는 놀이였습니다. 경찰차나 구급차, 혹은 같은 숫자가 반복된 번호판을 대상으로 한 변형 놀이들도 있었는데, 이러한 놀이는 모두 어떤 말을 외치는 것과 순간적인 신체 동작을 동반했고, 먼저 알아챘다는 작은 승리감, 그리고 이 놀이를 아는 아이들끼리 통하는 공감이 핵심 요소였습니다.

‘황마!’ 놀이를 회고한 한 블로그 글의 작성자는, 당시에는 이 이상한 놀이가 자기 동네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다른 지역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놀이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점은 오늘날의 밈 문화와도 놀라울 만큼 닮아 있습니다. 최소한의 자극, 빠른 또래 간 전파, 몸을 동반한 놀이, 그리고 의미 자체보다 ‘참여’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입니다.

최근에는 한국 어린이가 등장하는 틱톡 영상 속에서도 ‘6–7’ 밈이 포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밈이 한국 어린이들 사이에서 더 널리 퍼질지, 아니면 조용히 사라질지는 조금 더 지켜볼 만한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아마도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서 이 밈에 대한 관심도 사드라들지 않을까 생각되기는 합니다.

한국에서 최근 화제가 된 20대들의 “경도 놀이”(경찰과 도둑 놀이)도 20대 버전의 ‘6-7’ 밈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대들이 지역 기반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에서 경찰과 도둑 놀이릉 할 사람들을 모으고,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신나게 놀고 헤어지는 현상이죠. 어린 시절에 몸으로 놀던 놀이를 추억하는 이들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만나 비디지털 방식으로 놀이하는 것이 유행이라니, 모두 어린 시절에 별뜻 없이 즐겼던 놀이를 떠올려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미국, 호주, 한국의 3개 대륙의 학자들 사이에 이루어진 이 협력적 글쓰기는 개인적으로도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린이들의 민속적 실천(folkloric practices) 혹은 속어 행위어떻게 문화와 세대를 가로질러 이동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디지털과 비디지털의 경계를 넘나들며 얼마나 유연하게 작동하는지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시작된 놀이와 표현은 놀이터와 교실로 이어지고, 다시 또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며 살아 움직입니다.

이 글은 어린이들이 단순히 디지털 문화를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의미와 규칙을 만들어가며 문화를 재구성하는 주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어린이 문화의 이런 역동성과 창의성에 관심 있는 분들께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고인능욕 패드립 넘치는 교실… 언제까지 “어쩔 수 없다”고만 할건가… (최은서 기자, 한국일보, 2025.9.9)

공교육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제대로 안착해야 한다는 내용의 인터뷰가 한국일보 기사에 실렸습니다.

[소년이 자란다]⑥대책 없는 정부<끝>
공교육에 미디어 리터러시·시민교육 필요
교회의 극우 교육 문제도 대책 마련해야
“아동 정서학대 가능성, 전수조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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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선 경인교육대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장은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과도한 미디어 사용 규제 △유해 콘텐츠 차단 등 ‘보호주의’ 관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미디어 리터러시의 근간은 콘텐츠에 숨은 사회적 맥락·의도를 읽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것인데 정작 이런 교육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정규 교육과정 곳곳엔 이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적용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예컨대 초등 4학년 국어 단원 ‘사실과 의견 구분하기’에선 사실과 의견의 예시만 배울 게 아니라 ‘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하는지’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을 가르쳐야 한다. 초등 6학년 국어 단원 ‘뉴스 만들어 보기’ 역시, 기술적·절차적 체험에 그칠 게 아니라 직접 뉴스를 제작하는 입장이 되어 언론사가 어떻게 주요 의제를 설정·선별하는지 체득하도록 해야 한다.

정 소장은 “캐나다는 과목별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접목할 수 있는 대목을 짚어 교수법을 해설해 주는 자료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구체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지침을 마련해 교사들이 과목별 수업에서 상시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평소 학부와 대학원 강의실에서 강조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본질과 학교 교육에서의 구체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보람있었습니다.

제10회 미디어교육 국제컨퍼런스 전문가 대담: 미디어교육 방향성, 교육의 지향점 (with Prof. Renee Hobbs, 2025.10.24.)

세계적인 미디어교육 전문가인 미국 Rhode Island 대학교의 르네 홉스(Renee Hobbs) 교수님을 모시고, 2025년 10월 24일(금)에 열린 제10회 미디어교육 국제컨퍼런스 전문가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미디어교육의 40년 여정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AI 환경의 미디어 리터러시의 방향과 평가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는데, 지치지 않는 긍정의 에너지로 미디어교육을 옹호하고 전세계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의 학문적 발전과 정책을 개발해 오신 르네 홉스 교수님에 대한 존경심이 새록새록 생겨나는 대화였습니다.

[르네 홉스(로드아일랜드대학교 교수) – 정현선(경인교육대학교 교수) 대담]

이 컨퍼런스의 기획과 섭외에 1년 이상의 시간과 정성을 쏟았습니다. 한 자리에 다 모이기 어려운 미디어 교육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의 강연을 통해 국제적인 흐름도 살펴보고, 한국 미디어 교육의 현재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시간이 되어 기쁩니다. 현장에 참여하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미디온플러스’ 채널에 올라온 몇 가지 강연을 소개합니다.

아래는 르네 홉스 교수님의 강연입니다. 르네 홉스 교수님께 드린 첫번째 질문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개인적 여정’에 대한 질문에 대한 교수님의 답변의 첫 부분은 “대학 시절 서점에 갔었는데, 당시에는 미디어 교육이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던 때였다. 서점에서 한 가톨릭 교회 수녀님이 발행한 당시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대한 비평을 중심으로 한 잡지를 우연히 발견하고 읽어보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런 내용을 학교에서 교육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였습니다. 이 부분이 통역에서는 오역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잡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내용을 들으면서, 미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태동에도 한국과 비슷하게 가톨릭 교회의 미디어 교육에 대한 관심과 헌신이 영향을 주었다는 생각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한국의 서강대학교(가톨릭재단)에서 미디어 교육 전문가과정을 개설하고 미디어 교육 대학원 전공 과정을 일찍부터 시작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가톨릭교회는 일찍부터 미디어가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미디어 교육을 중시해왔습니다. 가끔식 바티칸의 교황님들이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포함해) 미디어의 영향에 대해 메시지를 내는 내용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미디어 교육이 시작된 역사에도 시민단체들과 종교단체들의 시민사회운동이 있었는데, 1980년대 가톨릭 교회의 당시 군부독재정권의 언론 탄압에 대한 저항도 시민교육으로서 한국 미디어 교육의 출발을 말해 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 다음은 호주 미디어 리터러시 연맹(AMLA: Alliance of Media Literacy Australia)의 좌장을 맡고 있는 퀸즐랜드 공과대학교(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의 마이클 데주아니(Michael Dezuanni) 교수의 주제 강연입니다. 호주 미디어 교육의 역사적 발전과 현재의 상황, 최근 이슈를 최고 전문가답게 찬찬히 짚어주셨습니다.

특히 2025년 12월 10일에 발효된 호주의 만16세 이하 어린이,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이용 금지 법안에 대해서도 실효성 의문, 근거가 미흡한 정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정보 교환과 정서적 지지가 절실한 장애/민족/성적 지향 등 다양한 측면의 소수자,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는 피해자, 정치/경제/문화적 목소리를 내는 통로로 이용하고 있었던 청소년들이 소셜 미디어를 긍정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던 점에 대한 간과 등 여러 문제점도 중요하게 언급했습니다.

벨기에의 가톨릭루뱅대학교(UCLouvain)의 제리 자끄(Jerry Jacques) 교수님, 경인교육대학교 디지털미디어교육전공 박사과정 대학원생인 박소현, 이성철 선생님과 함께 진행한 소셜 미디어 인터페이스 재설계 워크숍의 동영상도 업로드되면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