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영어권 국가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6-7’ 밈에 대해 The Conversation에 어린이 미디어 문화와 디지털 아동기에 대해 연구하는 동료 학자인 Rebekah Willett 교수, Amanda Levido교수와 함께 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두 분은 저도 PI(협력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호주의 ARC Centre of Excellence for the Digital Child의 협력연구원으로, 여러 가지 학술 연구와 세미나, 교육 활동을 함께 해 온 동료들입니다. 이 글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6–7’ 열풍과 그것이 어린이들의 문화적 세계에 대해 무엇을 보여주는지를 다뤘습니다.
기사 바로 가기: The 6-7 craze offered a brief window into the hidden world of children
한국에서도 ‘6–7(식스–세븐)’ 밈이 아이들 사이에서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미국이나 영국에서처럼 대중적으로 가시화되거나 논란을 일으키지는 않았습니다. 국내 언론 보도에서 이 밈은 간혹 해외에서 유행하는 특이한 현상 정도로 언급되었습니다. 비교하자면 이 밈은 한국어의 “어쩔티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다소 낯설지만 무해한 글로벌 청소년 문화의 한 사례로 소개되곤 했습니다. 신혜선 배우가 SNL 코리아에서 이를 연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6-7’ 밈에 대해 한국에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한국에서도 유튜브 영상이나 나무위키와 같은 집단지성 기반 플랫폼을 통해서야 ‘6–7’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왜 아이들이 이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설명들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10월경부터는 한국의 초등학교 고학년 교실에서도 어린이들이 느닷없이 “Six, Seven”을 외치며 팔을 움직이는 제스처를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만난 한 초등학교 교사는 6학년 교실에서 특히 11~12세 남학생들 사이에서 이 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단체로 “식스–세븐”을 외치기 시작했고, 간단한 손동작을 곁들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어떤 뜻이냐고 의미를 물었을 때 아이들의 설명은 통일되어 있지 않았고 단편적이었고 제각각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농구선수의 키와 관련이 있다고 했고, 어떤 아이는 한 남성이 “식스–세븐”이라고 말하며 제스처를 취하는 유튜브 영상을 언급하기도 했고, 또 많은 아이들은 “사실 무슨 뜻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화들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핵심은 분명했습니다. 아이들은 이 밈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재미있다고 말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유튜브나 틱톡에서 유행하고 있어서 따라 했을 뿐이라고 했고, 또 다른 아이들은 이것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검색해 보았지만 명확한 설명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중에는 이 밈에 혹시 부정적이거나 부적절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지 추측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아이들의 반응은 밈의 내용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당혹감과 혼란을 보면서 생각한 것같아 보였습니다.
초등 교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의미를 몰라서 느끼는 교사들의 답답함과 함께, 그 의미를 해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떤 교사들은 “미국에서 유행하는 그냥 밈이다”, “미국 중학생들이 집착하던 것이 한국으로 넘어온 것 같다”고 설명하며 서로를 안심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여러 교사들은 아이들이 그냥 생각날 때마다 외치는 말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이 밈에 대한 과도한 과잉 반응이 아니라, 아이들이 무엇을 재미로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행동이 일상적인 교실 생활 속에서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태도였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찰은 어른들이 어린 시절 즐겼던 한국의 놀이 문화와도 강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디지털미디어교육 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미디어교육 전문강사는 ‘6–7’ 밈을 약 20여 년 전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황마!’ 놀이에 비유했습니다. 이것은 당시 아이들이 황금색 대우 마티즈를 발견하면 “황마!”라고 외치며 옆에 있는 친구를 치는 놀이였습니다. 경찰차나 구급차, 혹은 같은 숫자가 반복된 번호판을 대상으로 한 변형 놀이들도 있었는데, 이러한 놀이는 모두 어떤 말을 외치는 것과 순간적인 신체 동작을 동반했고, 먼저 알아챘다는 작은 승리감, 그리고 이 놀이를 아는 아이들끼리 통하는 공감이 핵심 요소였습니다.
‘황마!’ 놀이를 회고한 한 블로그 글의 작성자는, 당시에는 이 이상한 놀이가 자기 동네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다른 지역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놀이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점은 오늘날의 밈 문화와도 놀라울 만큼 닮아 있습니다. 최소한의 자극, 빠른 또래 간 전파, 몸을 동반한 놀이, 그리고 의미 자체보다 ‘참여’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입니다.
최근에는 한국 어린이가 등장하는 틱톡 영상 속에서도 ‘6–7’ 밈이 포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밈이 한국 어린이들 사이에서 더 널리 퍼질지, 아니면 조용히 사라질지는 조금 더 지켜볼 만한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아마도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서 이 밈에 대한 관심도 사드라들지 않을까 생각되기는 합니다.
미국, 호주, 한국의 3개 대륙의 학자들 사이에 이루어진 이 협력적 글쓰기는 개인적으로도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린이들의 민속적 실천(folkloric practices) 혹은 속어 행위가 어떻게 문화와 세대를 가로질러 이동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디지털과 비디지털의 경계를 넘나들며 얼마나 유연하게 작동하는지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시작된 놀이와 표현은 놀이터와 교실로 이어지고, 다시 또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며 살아 움직입니다.
이 글은 어린이들이 단순히 디지털 문화를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의미와 규칙을 만들어가며 문화를 재구성하는 주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어린이 문화의 이런 역동성과 창의성에 관심 있는 분들께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