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은 남학생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2000년에 출판된 <The War Against Boys>가 <소년은 어떻게 사라지는가>라는 제목으로 2019넌에 번역되었다. 20년에 가까은 시간이 흐른 뒤 번역된 책이므로, 이 책을 읽을 때에는 그동안 이 책에 대해 쌓여온 비평과 학술적 논의들의 맥락 속에서 책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남성성’, ‘여성성’ 등 어린이와 청소년의 젠더와 관련하여 ‘소년 연구(boyhood studies)’, ‘소녀 연구(girlhood studies)’ 등 보다 섬세한 인식론적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관련 학술지도 발행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을 각각의 동질 집단으로 단순화하여 이분법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젠더를 포함한 정체성이 생물학적으로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계층, 민족, 나이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복잡하게 구성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이해를 단순화하고 오도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성인 남성의 정체성이 소년 남성의 정체성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도 위의 책에 대해 제기된 비판 중의 하니이다. 이 책이 제기한 논쟁이 주목받은 만큼, 이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래는 이 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한 논문 가은데 하나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 논문을 내려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로 이동합니다.

앞서의 책이 발간된 시기는 내가 25년 전에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었던 때였다. 대학 내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는 세미나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학업 성적이 뒤쳐지는 남학생들의 문제’가 미디어에 의해 집중 제기되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위 책의 저자가 쓴 New York Times 기고문 등을 따로 찾아 읽어보니, 그간의 진전된 이론과 실증적 연구 결과에 비추어 보면 비판받을 지점들이 눈에 띈다. 물론 젠더에 따른 학습 태도와 격차가 있다먼 이는 사회가 잘 해결해야 할 것임에는 이견이 없다.

위의 책의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과는 달리 영국에서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었고, 실증적인 연구에 의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 교육부에서 2012년에 ‘즐거움을 위한 독서(reading for pleasure)’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연구들이 제시한 근거들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Department of Education, UK(2012). Research Evidence on Reading for Pleasure.

이 보고서는 독서와 관련한 주요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후 ‘즐거움을 위한 독서(reading for pleasure)’를 독서 교육 전체의 중요한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나온다.

“PISA는 또한 여아가 남아보다 평균 읽기 능력이 더 높고 읽기를 더 즐기며 정보를 요약하는 효과적인 전략을 더 잘 알고 있지만 같은 성별 내의 차이가 성별 간의 차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보고합니다. 더욱이, 성별 격차의 크기는 국가마다 상당히 다르며, 이는 소년과 소녀의 성별 특성이 본질적으로 다른 관심과 학문적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후천적이고 사회적으로 유도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OECD, 2010).”

“OECD(2010)는 소인, 기질, 또래 압력 및 사회화와 같은 요인이 남아가 여아보다 독서에 덜 관심을 갖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남아가 더 읽기를 즐기고 즐기기 위해 더 많이 읽도록 권장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PISA 결과에 따르면 남학생이 읽기 동기가 더 높고 효과적인 학습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 읽기 능력에서 여학생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가지 예는 읽기에서 복잡한 정보를 요약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Department of Education, 2012: 19)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보고서는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 비교평가의 결과 보고서를 인용해, 독서 능력의 차이에 있어 남학생과 여학생 사이의 차이보다는 같은 성별 내의 차이가 더 크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독서를 포함한 문해력은 학교에서의 학습뿐 아니라 직업 세계에서의 역량에서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독서 문화와 독서 교육을 중요시하는 영국에서는 독서 격차에 주목하면서 그 원인 분석 및 해결 방법 모색을 위한 연구들이 매우 심도 있게 이루어져왔다.

예를 들어, 남자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방법들을 개발해 적용하였고, 문해력 자체의 개념을 대중문해력(multiliteracy),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 등으로 확장하는 이론적, 실천적 진전이 이루어졌다. 만화, 잡지, 컴퓨터 게임 등 대중문화와 디지털 기술 및 미디어 활용, 축구선수와 같은 인플루언서들의 캠페인, 독서에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아빠, 삼촌, 형 등 남성 가족이 함께 독서에 참여하는 문화 조성과 이를 위한 섬세한 지원 제공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국가사회적 요구의 일부로 기초문해력, 디지털 소양 등의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디지털 문해력을 기초 소양 및 확장된 문해력의 차원에서 강조하게 될 것이다.

현대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즐거움과 학습을 위한 목적으로다양한 기술과 미디어를 통해 의미를 이해하는 ‘읽기’를 하고 있다. 이것은 전통적인 문자와 인쇄물 중심의 ‘독서’는 아니지만 확장된 문해력 활동에 포함된다. 음악 듣기, 만화 보기, 동영상 보기, 채팅, 잡지, 게임, 인터넷 검색 등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 이용은 보다 체계적인 정보 판별, 학업 및 사회 참여를 목적으로 한 정보 활용과 의미 생산을 위한 바탕이 된다. 이 점에 대한 인식, 인정, 실천이 이루어지느냐가 소년을 포함한 어린이, 청소년의 독서, 문해력, 그리고 보다 광범위한 학습을 위한 동기 부여, 관여, 성취에 영향을 주게 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관심사와 경험을 학교 교육에 적극 연결짓는 방법이야말로 학습 동기와 관여도를 높이는 방법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문해력과 학습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독서와 문해력을 비롯한 학습 격차가 확인된다면 그 원인을 실증적 연구에 근거해 면밀하게 진단하고 학생들의 개별적 관심과 경험에 적합한 방법으로 학습 동기 및 관여도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교육 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교육 격차에 있어 젠더 변인은 주요 요소로 다루어저야 하며 이미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젠더 변인을 주의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교육 현상 진단 및 문제 해결의 방안은 개인의 경험과 단상이 아니라 엄밀한 연구를 통해 도출된 실증적 근거를 바탕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한국 사회가 젠더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근거 기반의 담론을 바탕으로 논의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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